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의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정말 필요한가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우리나라 형법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표현 규제 조항이다.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들이 과연 지금의 민주사회에서도 여전히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는 미국의 제도와 비교해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왜 ‘사실을 말한 것’을 처벌하지 않는가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실을 말한 것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해당 발언이 허위여야 한다.
특히 공인에 대한 발언의 경우 기준은 더 엄격하다.
발언자가 그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퍼뜨렸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New York Times v. Sullivan) 판결을 통해 확립되었다.
미국 사회는 이 판결을 계기로 하나의 분명한 선택을 했다.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한국의 구조는 왜 문제인가
반면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을 말했더라도,
그 발언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 구조에서는 권력자나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막기 위해
형사 고소를 선택하기가 매우 쉬워진다.
결국 진실을 말한 사람이 오히려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사회는 점점 조용해진다.
비판은 줄어들고, 문제 제기는 사라진다.
말하는 사람보다 침묵하는 사람이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듣기 좋은 말만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불편한 말, 거친 말, 듣기 싫은 말까지 포함해서 지켜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물론 무분별한 인신공격이나 허위 사실 유포는 문제다.
하지만 그것은 민사적 책임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형사처벌까지 동원해
사람의 입을 막는 방식은 민주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롤(LoL)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모욕죄가 더 위험한 이유
이 문제는 롤(League of Legends) 같은 온라인 게임 환경에서
더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게임 내 채팅은 본질적으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소통 공간이다.
경쟁 상황에서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 공간에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게임 실력에 대한 불만, 플레이에 대한 비판,
감정 섞인 말 한마디가
형사 고소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통보다 ‘증거 수집’이 먼저가 된다.
채팅 로그를 저장하고,
상대를 고소할 수 있을지 계산하는 순간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결국 온라인 공간은 점점 위축되고,
사람들은 말하기보다 신고 버튼을 먼저 누르게 된다.
마무리하며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명예 보호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민주사회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거친 표현을
감수할 수 있어야 유지된다.
진실을 말한 사람이 처벌받는 사회보다,
거짓을 말한 사람이 책임지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다.
이제는 우리도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기준으로
이 제도들을 다시 바라볼 때가 아닐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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