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의사 갈등, 그리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아이러니
간호사는 왜 의사에게는 불만을 말하면서
간호조무사에게는 같은 태도를 반복할까
병원 얘기를 조금만 들어보면
비슷한 말이 자주 나온다.
“간호사는 의사에게 너무 휘둘린다.”
“의사 중심 구조가 문제다.”
실제로 간호사들이 받는 노동 강도나
책임에 비해 대우가 충분하냐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여기까진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근데 이 얘기를
병원 안에서 한 단계만 내려가서 보면
묘한 장면이 나온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관계다.
의사–간호사 관계에서 느끼는
그 위계, 그 거리감, 그 말투.
그게
간호사–간호조무사 관계에서도
꽤 비슷하게 반복된다.
이걸 누군가의 인성 문제로 보면
이야기가 너무 쉬워진다.
근데 구조를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간호사는
의사에게는 명확히 약자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는
동시에 전문직이고 기득권이기도 하다.
이 두 위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는
의사 앞에서는 억울함을 말하고,
아래 직군 앞에서는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게 된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냥 “업무 분장”이고
“책임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근데 듣는 쪽에서는
다르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지점은 여기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요구하는 건
존중, 처우 개선, 수직 관계 완화다.
그런데 같은 논리가
간호조무사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도
이미 누리고 있는 위치는
권리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일 거다.
사람은 참 묘하다.
자기가 가진 혜택은
기본값으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만
차별로 인식한다.
의사가 나를 무시하면
구조적 문제라고 느끼지만,
내가 누군가를 통제하면
업무상 필요라고 생각한다.
이게 꼭 간호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패턴은
거의 모든 조직에서 반복된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그렇다.
한 단계 위에서는 억눌리고,
한 단계 아래에서는
같은 방식을 답습한다.
그걸 비난하기는 쉽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꽤 인간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그래서 간호사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이유는
위선이라기보다는
위치의 복잡함에 가깝다.
약자이면서
동시에 권력을 가진 사람.
이 위치에 서면
누구라도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다만
그걸 자각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건
정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진짜 설득력을 가지려면
아래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존중을 원하면
존중을 보여야 하고,
수평을 말하려면
수평을 연습해야 한다.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방식의 문제다.
이 글은
누가 더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자꾸 눈이 멀어진다.
그래서 아이러니는
의도하지 않아도
계속 생긴다.
병원도,
조직도,
아마 우리도 그렇다.
댓글
댓글 쓰기